강직성척추염과 함께한 첫 3~4년 — 가장 힘들었던 시간

확진 후 매일 진통제를 먹으며 버텼습니다. 쇄골이 부어 옷도 못 입던 날, 장례식도 못 간 날 — 강직성척추염 초기 3~4년의 솔직한 기록입니다.



확진을 받고 나서도 삶은 계속됐습니다. 매일 진통제를 먹으며 회사를 다니고, 약속을 취소하고, 혼자 버텼습니다. 이번 글은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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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라고 해봐야 매일 진통제였습니다

확진 이후 치료는 단순했습니다. 소염진통제를 매일 1~2회 복용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을 완치시키는 약은 없습니다.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예요. 그래서 약을 먹는다고 낫는 게 아니라, 약을 먹으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겁니다.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은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 그런데 약을 매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들이 있었어요. 이게 평생 가는 건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의 가장 힘든 점 —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아플 때도, 괜찮을 때도 있는 뒤죽박죽 컨디션

강직성척추염은 항상 아픈 병이 아닙니다. 아플 때도 있고, 괜찮을 때도 있어요. 이게 어떻게 보면 다행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 불규칙함이 굉장히 힘듭니다.

오늘 괜찮다고 내일도 괜찮으리란 보장이 없어요. 컨디션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불안합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고, 그 사이에서 매일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아픈 부위가 계속 바뀝니다

강직성척추염은 허리만 아픈 병이 아닙니다. 척추뿐 아니라 모든 관절에 염증이 침투할 수 있어요. 저도 시작은 허리였지만, 통증의 절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습니다.

바로 쇄골이었습니다.

쇄골이 이렇게나 붓다니..

백팩을 메고 하루 종일 돌아다닌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부터 쇄골이 붓기 시작했는데 저는 쇄골이라는 부위가 이렇게나 부풀어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쇄골이 너무 붓고 아파서 옷을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병원으로 갔고, 그날 염증 수치가 정상 수치의 2배 이상이 나왔습니다.

그날 이후로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 제일 먼저 쇄골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쇄골을 만져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을 정도로 그날의 공포는 굉장히 컸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을 앓고 계신 분들 중에 예상치 못한 부위에 통증이 생겨서 당황하신 분이 있다면, 그것도 이 병의 특징일 수 있습니다. 꼭 류마티스내과에서 확인해 보세요.


장례식에 가지 못했습니다

한창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지방에 계신 친척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서울에 살고 있고, 친척들은 대부분 지방에 계시기 때문에 장례식에 가려면 장거리 이동을 해야 했는데, 그날 제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그때 가족들이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장례식도 못 온다고 하니, 이해하기가 당연히 쉽지 않았겠지만 그 씁쓸함은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그 시간 동안 가장 큰 힘이 된 건 당시 여자친구였습니다. 지금의 아내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속으로 최악의 경우엔 결혼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안고 결혼하는 게 상대방에게 미안했습니다. 특히 이 질병은 유전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어떤 약이 도움이 되는지, 어떤 영양제가 좋은지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공부했어요. 한양대병원 전문의를 찾아준 것도, 제가 포기하려 할 때마다 붙잡아준 것도 그 사람이었습니다.

혼자였다면 그 3~4년을 버텼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 강직성척추염 초기, 이것만 기억하세요

초기 3~4년을 버티면서 배운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 아픈 부위가 바뀌는 건 이 병의 특징이다 — 당황하지 말고 병원에 가자
  • 컨디션이 불규칙한 게 정상이다 —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 주변의 이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 가장 가까운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솔직하게 말하자
  • 혼자 버티지 않아도 된다

다음 글에서는 일생 생활에서의 또 다른 어려웠던 점들을 작성하려 합니다.

👉 다음 글 : 강직성척추염 — 편도, 손가락까지 번졌습니다 (작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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