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수치가 정상이라 강직성척추염이 아닐 거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요청한 HLA-B27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습니다. 진단받던 날의 감정과 대학병원까지 가게 된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몇 달을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전전하다 스스로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하게 됐다고 썼습니다. 이번 글은 그 이후, 본격적인 진단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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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수치 정상 — “그럼 나는 왜 계속 아픈 거지?”
스스로 강직성척추염을 의심한 뒤 담당 의사에게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의사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염증 수치(CRP, ESR) 검사를 진행했어요.
결과는 정상이었습니다.
통증은 심했지만 염증 수치는 정상이라는…이상한 결과가 나온 것이죠
그 말을 듣고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희귀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럼 대체 나는 왜 계속 이렇게 아픈 거지?”
안도와 혼란이 동시에 존재했어요. 병명을 모른 채 계속 아픈 게, 어떤 의미에서는 병명을 아는 것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아니라는 말을 듣고도 몇 달을 더 찾아봤습니다
해당 질환이 아닐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렇다고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 달을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계속 받았어요.
그러면서 틈틈이 류마티스·관절염 계통의 희귀질환들을 찾아봤습니다. 아무리 읽어봐도 그 계통의 증상이 제 상황과 너무 일치했어요. 다른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의사에게 더 적극적으로 강직성척추염의 가능성에 대해 어필을 시작했습니다.
의사도 그 요청에 동의를 했고, HLA-B27 유전자 검사를 받게 됐습니다.
염증 수치가 정상이어도 강직성척추염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염증 수치 정상 나왔으니 난 아니겠지”라고 그냥 넘어갑니다. 저도 한동안 그랬어요. 하지만 이 질환은 염증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염증 수치(CRP, ESR)는 참고 지표일 뿐이고, 정상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할 수 없어요.
만약 제가 의사의 첫 번째 답변에서 멈췄다면, 훨씬 더 오래 헤맸을 겁니다.
증상이 계속된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더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맞습니다.
HLA-B27 유전자 검사 — 그리고 양성
HLA-B27은 강직성척추염과 관련된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유전자이기 때문에 가족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과는 양성이었습니다.
양성 결과를 듣던 날
솔직히 말하면, 결과를 듣고 처음 든 감정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었습니다.
HLA-B27은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유전자입니다. 제 기억에도 아버지는 관절이 그다지 좋지는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병에 걸린게 아버지 탓이나 고의가 아니고, 그저 제가 운이 좀 나빴던 것뿐이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그런 감정이 들었어요.
그리고 곧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평생 이렇게 사는 건가?”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게 됐으니 다행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질환은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평균 수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10년 넘게 헤맨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래도 비교적 빨리 알게 된 케이스였습니다. 그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됐습니다.
강직성척추염 진단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
강직성척추염이 괜히 희귀난치성 질환이 아닙니다.
환자는 분명히 너무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염증 수치는 정상이고 HLA-B27 유전자 검사도 음성으로 나오면 의사 입장에서는 “아닌 것 같다”고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 판정이 환자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겁니다.
몸은 분명히 아픈데, 검사 결과는 정상이라고 나오고, 의사는 아니라고 하면 — 환자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꾀병처럼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이 질환이 진단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명확한 수치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HLA-B27 양성이라고 모두 강직성척추염은 아닙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을 짚고 넘어갈게요.
HLA-B27 양성이라고 해서 모두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아닙니다. 양성인 사람 중 실제로 발병하는 비율은 일부입니다. 반대로 음성이어도 강직성척추염인 경우도 있어요. HLA-B27은 진단의 참고 자료이지 그 자체가 확진은 아닙니다.
대학병원 한양대 류마티스내과 — 여자친구 덕분에 찾아갔습니다
HLA-B27 양성 결과를 받고, 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 당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저보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공부했습니다. 류마티스쪽 전문의를 찾아보더니 한양대병원이 류마티스내과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정보를 알아왔어요.
저 혼자였다면 그냥 가까운 대학병원을 갔을 텐데, 여자친구 덕분에 처음부터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받은 검사들
대학병원에서는 기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 검사 항목 | 목적 |
|---|---|
| 골반 X레이 | 천장관절 이상 여부 확인 |
| MRI | 초기 염증 및 손상 여부 확인 |
| 혈액 검사 | 염증 수치 재확인 |
| 신체 검진 | 척추 운동 범위 측정 |
검사 결과와 함께 그날 바로 확진을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의사는 일단 약을 복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최종 확진까지 어떻게 됐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씁니다.
마치며 — 진단받기 전 이 글을 읽는 분들께
강직성척추염 진단 과정에서 제가 겪은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염증 수치가 정상이어도 강직성척추염일 수 있다
- 의사가 아니라고 해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포기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요청하자
- HLA-B27 유전자 검사가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 양성이라고 모두 강직성척추염은 아니고, 음성이어도 아닌 건 아니다
- 확진은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정확하다
지금 비슷한 증상으로 헤매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다음 글: 강직성척추염 확진까지 — 약을 먹으며 경과를 지켜본 시간 (작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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