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척추염 확진 — 결국 동네 류마티스내과에서 받았습니다

HLA-B27 양성이었지만 대학병원에서는 계속 확진을 받지 못했습니다. 확진 이후 가장 힘들었던 건 통증보다 무너진 체력과 달라진 일상이었어요. 강직성척추염 확진 과정과 초기 일상 변화를 솔직하게 기록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HLA-B27 양성 결과를 받고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를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이번 글은 그 이후, 확진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강직성척추염이 제 일상을 어떻게 바꿔놨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이전 글: [강직성척추염 진단 과정 – 염증 수치 정상인데도 HLA-B27 양성이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확진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양대병원에서 골반 X레이, MRI, 혈액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았습니다. HLA-B27은 양성이었지만, 그날 바로 확진을 받지는 못했어요.

의사는 일단 소염진통제를 처방해주면서 약을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2달에 한 번씩 대학병원을 찾아가 약을 받아오는 일이 꽤 오랫동안 반복됐습니다.

양성인데 왜 확진을 안 해줬을까요

강직성척추염은 HLA-B27 양성 하나만으로 확진을 내리지 않습니다. 염증 수치, X레이상 천장관절 변화, 임상 증상 등 여러 기준이 함께 충족되거나 담당 의사의 개인적인 판단이 있어야 확진 판정을 내리게 됩니다.

저는 HLA-B27은 양성이었지만 당시 염증 수치와 X레이 소견이 기준에 충족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확진 없이 경과만 지켜보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동네 류마티스내과에서 강직성척추염 확진을 받았습니다

매번 대학병원을 가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 류마티스내과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동네 류마티스내과에서는 바로 확진 판정을 내려줬습니다. 제 생각에는 처음부터 류마티스내과를 갔다면 확진이 생각보다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대학병원에 꾸준히 진료를 받으러 갔었다는 이력이 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확진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그 순간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는 오랫동안 확진을 안 해줬는데, 동네 병원에서 바로 확진을 받으니 허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도 있었어요.

모든 대학병원이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대학병원이라고 무조건 더 빠른 확진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제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류마티스 계열 희귀질환, 증상이 너무 많이 겹칩니다

강직성척추염 진단이 오래 걸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류마티스 계열 희귀질환은 강직성척추염 하나가 아닙니다. 건선성 관절염, 루푸스, 베체트병, 쇼그렌증후군, 항인지질증후군 등 정말 다양한 질환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 질환들은 각자 뚜렷한 특징이 있긴 하지만, 많은 증상들이 서로 겹칩니다.

왜 이게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가

관절 통증, 피로감, 염증 반응, 면역 이상 — 이런 증상들은 류마티스 계열 질환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내가 강직성척추염인지, 루푸스인지, 아니면 다른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저도 처음 류마티스 계열 질환을 찾아보면서 강직성척추염 외에도 여러 질환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증상이 비슷하니까요. 실제로 저는 나중에 항인지질증후군도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상만으로 바로 하나의 질환으로 특정하기 어렵고, 검사 수치까지 확인해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확진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류마티스 계열 주요 희귀질환 한눈에 보기

질환명주요 특징공통 증상
강직성척추염척추·천장관절 염증, 아침 강직관절 통증, 피로
루푸스나비 모양 발진, 전신 염증피로, 관절통
베체트병구강·성기 궤양, 눈 염증피로, 관절통
쇼그렌증후군눈·입 건조, 분비선 염증피로, 관절통
건선성 관절염피부 건선 + 관절염관절 통증, 강직
항인지질증후군혈전, 반복 유산피로, 혈관 문제

이 질환들은 하나씩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처럼요.

혹시 류마티스 계열 질환을 의심하고 계신다면, 증상 하나만 보고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에게 전체적인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확진 이후 — 통증보다 더 힘들었던 것

확진을 받고 나서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통증은 어느 정도 잡혔어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체력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이 발병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체력이었습니다.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몸 전체가 예전 같지 않았어요.

발병 전에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외향적인 편이었습니다. 퇴근 후에도 약속을 잡고, 주말엔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발병 이후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 평일 저녁 약속은 아예 잡지 않게 됐습니다
  • 주말도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약속을 안 잡기 시작했습니다
  • 퇴근 후, 주말에는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에너지가 없었어요

통증은 약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는데, 이 체력 저하는 약으로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일상에서 통증이 자주 있다 보니 성격도 조금씩 예민해졌습니다.

원래 외향적이었던 사람이 점점 내향적으로 변해가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어요. 그게 병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 건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강직성척추염 환자분들 중에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다면,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힘드니까 당연히 그렇게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에는 이 질병에 대해 알리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이 병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가족 외에는 거의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특히 회사에는 더욱 알리기 어려웠습니다.

직장인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현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입니다. 휠체어를 타는 것도 아니고, 깁스를 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매일 통증과 싸우고,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지쳐있습니다.

이걸 회사에 알렸을 때 돌아올 수 있는 시선이 걱정됐습니다. 아무래도 중요한 일을 맡기거나 평가 등을 할 때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제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현재까지도 직장 동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직장인 환자분들 중에도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강직성척추염은 보이지 않는 병입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기 때문에 주변의 이해를 받기 어렵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외로운 병입니다.


마치며

이 질환은 확진을 받고 나면 그때부터가 시작인 병입니다.

통증, 무너진 체력, 달라진 성격, 회사에 알리지 못하는 현실 — 이 모든 것들을 혼자 감당하며 보낸 초기 2~3년이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치료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야기합니다.

👉 다음 글: 강직성척추염과 함께한 첫 2~3년 — 가장 힘들었던 시간 (작성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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