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성척추염 환자가 직장에 병을 숨긴 채 7년간 겪어온 출퇴근 고통, 잦은 병원 방문과 연차 소진, 오래 앉아 있기 힘든 사무환경의 현실과 극복법을 솔직하게 기록했습니다.
직장에 병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진단을 받은 날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병입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고, 이름도 생소하고, “척추가 굳는 병”이라고 해도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이해받기 위해 에너지를 쓰기보다 그냥 버티는 편을 택했습니다.
그 7년 동안 직장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출퇴근의 고통, 잦은 병원 방문과 연차 소진,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사무환경입니다. 이 글은 그 현실과, 그나마 덜 힘들어지기 위해 스스로 찾아낸 방법들을 기록한 것입니다.
출퇴근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아침 출근길이 특히 힘든 이유
강직성척추염은 오래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척추와 골반 주변이 굳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증상이 가장 심한 이유입니다. 이것을 ‘아침 강직’이라고 합니다.
출근 시간은 이 아침 강직이 채 풀리기도 전에 이동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지하철에서 서 있을 때 급정거 충격이 허리로 그대로 전해지고, 버스 진동이 골반을 타고 올라오는 느낌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퇴근길에는 하루 종일 쌓인 피로와 통증이 겹쳐 이동 자체가 고역이 됩니다.
장거리 출퇴근이라면 이 고통은 배가 됩니다. 저는 편도 1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절이 직장 생활 전체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였습니다.
출퇴근을 견디기 위해 실제로 한 것들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최대한 혼잡한 시간을 피하기 위해서 출근을 최대한 일찍 하는 편이었습니다. 확진이 됐던 시기에는 출/퇴근 시간이 고정인 회사여서 쉽지 않았지만, 이직을 한 이후부터는 자율출근을 하게 되면서 상황이 상당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앉을 수 있는 좌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서 있는 것보다 앉아 있는 것이 낫고, 장시간 서 있으면 허리와 골반에 가해지는 부담이 누적됩니다. 조금 일찍 나서더라도 앉아서 이동하는 편이 훨씬 나았습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출퇴근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었습니다.
연차가 병원 예약으로 사라지는 현실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병원을 자주 가야 하는 이유
강직성척추염은 완치되는 병이 아닙니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입니다. 정기적인 진료와 혈액검사, 영상 검사가 반복됩니다.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추가 진료가 필요합니다.
특히 언제 갑자기 컨디션이 떨어질지 모르다 보니, 평소에 먹는 약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병원 진료를 계속 가야만 합니다. 상황에 따라 약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질환은 주기적으로 꼭 병원을 가야만 합니다.
연차 사용이 쉽지 않은 환경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연차 사용에 눈치를 봐야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저 또한 확진 당시에 재직했던 회사가 위계질서가 강하고, 연차 사용에 눈치를 주는 회사였습니다. 심지어 강직성척추염 증상이 첫 발현됐을 때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연차를 쓰겠다고 했는데, 전날 미리 말을 안했다고 늦게라도 출근을 하라고 한 회사였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회사를 재직중인데 희귀병에 걸린다면 당장 회사를 옮겨야 합니다. 이런 회사를 다니면 회사에서의 평판도 점점 나빠질거고, 건강도 더욱 안 좋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저 또한 확진 이후 1년 정도 재직하다가 그만두고 이직을 했었습니다.
오래 앉아 있는 사무환경이 몸을 망가뜨렸습니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장시간 앉아 있기가 위험한 이유
강직성척추염은 움직이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오래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척추와 골반 주변이 굳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극심한 통증이 옵니다. 이것이 강직성척추염의 핵심 특성입니다.
일반적인 사무직 환경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의자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는 구조입니다. 회의가 길어지면 2시간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이 환경은 의도치 않게 증상을 악화시키는 구조입니다.
특히 허리에 불편한 의자를 사용하고 있다면 건강에 더욱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사무환경에서 증상을 관리하기 위해 실제로 한 것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주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30분에서 1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짧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굳는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화장실을 일부러 멀리 있는 곳으로 정하거나, 물을 자주 마셔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이유를 만들었습니다.
의자 선택도 중요합니다. 등받이가 허리를 제대로 받쳐주는 의자와 그렇지 않은 의자의 차이는 하루가 끝날 때 피로도에서 크게 드러납니다. 회사 의자가 맞지 않는다면 허리 쿠션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허리 지지대가 있는 쿠션을 직접 구입해 사용했습니다.
스탠딩 데스크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적극 활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앉고 서는 것을 번갈아 하는 것이 장시간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
병을 공개할지 말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공개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공개했을 때 업무 조정이나 배려를 받을 수 있다면,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병을 공개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장애를 이유로 한 불합리한 대우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애인 등록도 가능하며, 이 경우 직장 내 편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생깁니다. 담당 의사에게 강직성척추염의 장애 등록 가능 여부를 문의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능하다면 회사에는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약점이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숨긴 상태에서 근무를 정상적으로 잘 할 수 있다면 저는 숨기는게 맞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컨디션 관리가 직장 생활의 핵심이었습니다
강직성척추염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컨디션 관리였습니다. 수면, 식사, 운동, 약 복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업무 수행 능력에 직결됐습니다.
증상이 악화되는 시기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중요한 일정을 피하거나, 미리 업무를 조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아래는 직장 생활에서 실제로 효과를 느낀 관리 방법을 정리한 것입니다.
| 상황 | 실제로 한 것 | 효과 |
|---|---|---|
| 출퇴근 | 혼잡 시간대 회피, 앉는 자리 확보 | 피로 누적 감소 |
| 병원 방문 | 최대한 토요일 진료 예약 | 연차 소진 최소화 |
| 장시간 착석 | 30~60분마다 기립, 허리 쿠션 사용 | 굳는 속도 지연 |
| 컨디션 저하기 | 일정 조정, 재택 활용 | 업무 공백 최소화 |
마치며
병을 숨기고 직장을 다니는 일은 업무 외에 에너지를 더 쓰는 일입니다.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피로하지 않은 척. 그 연기가 쌓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고, 병원 예약을 전략적으로 잡고, 자주 일어나는 습관을 만드는 것.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작은 조정들이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께 이 기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